녹향
세상에서 제일 큰 욕 본문
어린 시절 비오는 날
뒷산에서 울어대던 뻐꾸기 울음소리는
처량하고 애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뻐꾸기의 알은
모든 새 중에서 가장 빠른 10- 11일에 불과한 부화과정으로
뱁새 새끼보다 일찍 부화하여 크기도 크지만
탁란(托卵)의 대상인 뱁새 알과 색깔마저 퍼르슴하고부화하고 나온 새끼의 '찍찍'대는 울음까지 비슷해
어미 뱁새는 자기 새끼를 구별하기 어렵다 한다.
갓 부화된 어린 뻐꾸기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자신의 머리마저 지탱하지 못한 주제에
뱁새 알과 늦 부화된 새끼를 갖은 수단을 다해 밀어낸다.
그나마 어미 뻐꾸기는 그 주위를 맴돌며
앙증맞은 '뻐꾹 뻐꾹' 울음을 토해
어린 새끼에게 뻐꾸기 새끼임을 쇠뇌시켜
발육하여 둥지를 떠나 날개되면
어미 뻐꾸기를 찾아 오게 만든단다.
탁란(托卵)이
일종의현대판 대리모(代理母)라 할까!
그것도 모자라 뻐꾸기 새끼는 뱁새 알과 새끼를 밀어 떨어뜨리고
뱁새 어미의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란 뻐꾸기새끼는
덩치도 어미 뱁새 보다 훨씬 커 보인다.
심지어 뱁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가 양에 안 차면
낳아 키워준 어미 '뱁새'를 잡아먹고
제 어미 뻐꾸기를 찾아서 훨훨 날아 간다하니 아연실색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 제일 큰 욕이 있다면
비록 그 욕을 별로 들어본적이 없지만
‘뻐꾸기 같은 ○’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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