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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추석 고향길

綠香 2018. 10. 11. 16:41

세월이 흘러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명절이면 찾아오니
집을 비울수 없어
고향 산소를 미리 다녀오곤 한다.


창평시장터 할머니국밥집에 들리니 주인 할매 전에도 봤던 얼굴이라며  그냥 알아본다.
물론 연로하신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새끼보국밥 메뉴 까지도 알아 챙긴다.
형수님이 좋아하신다고 고향길 마다 주문했더니 그 내력까지 할매가 안다.
가지고간 큰 냄비에 주문량 보다 넉넉히 주며 “ 어른 대접하신 분 더 주고싶다! ”는 주인 할매 넉넉한 덕담까지 담아준다.

고향 칠봉리 가는길에 형수님의 애주(愛酒) 막걸리를 사러 삽쟁이(겸면) 주조장에 들리니 아무도 없다.
유독 형수님 입맛에 삽쟁이 막걸리가 걸죽하시다지만 형님께서 그 주인과 호형호제인 사유도 있으리라!
사무실 유리창에 붙인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 냉장고 막걸리 1병 1000원, 비닐봉지는 탁자위에, 돈은 냉장고에 두세요! >
고향 막걸리 맛이 음미하기도 전에 진한 향기로 취해온다. 내 고향 인심(人心)을 막걸리에 넣어 함께 발효하였으니 이 보다 더 귀한 술이 있으랴!
어느 추석 귀향 환영 프랑카드 보다 반갑고 귀하게 다가 온다.
말 그대로 무인 판매의 고향 인심이 한없는 행복감을 거저 준다.


국밥 안주에 삽쟁이 고향 막걸리를  형수님의 특유 세상 건배사 <이대로!>에 섞어 인생을 마시며 어린애 같이 좋아하신다. “딸들이 술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술 안먹고 오래 살면 뭣 한다요!”
하시는 노안(老眼)에 인생의 고적함이 짙게 묻어난다.
고향은 세월이 익을수록 그 향(香)이 더욱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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