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동심(童心) 본문
동심(童心)
가을 노을빛 벼논에
빈병 들고 메뚜기 잡이로 들판을 헤매는 동심-
등에 메뚜기를 업은 메뚜기는 잡지 않는단다.
등에 업은 메뚜기는 세끼 메뚜기란다.
Y자형 고무줄 새총에 새를 잡았던 동심-
한쪽 눈을 감고 정조준하여 당긴 시위를 놓으려는 순간
조준반경 안에 다른 참새가 들어오면 쏘면 안 된단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반경에 들어 온 참새는
새끼거나 어미거나 각시 참새이란다.
심지어 하찮은 콩나물에도 전해지는 동심-
콩나물을 다듬을 때
콩나물의 목을 자르면 소박맞는단다.
콩나물일망정 목을 자르는 가혹함을 피함이련다.
미물에 투사된 한국인의 휴머니즘은
인간 본성의 착함이요 생명의 경외감이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들의 동심에
메뚜기나 고무줄 총이나 콩나물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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