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심청의 눈물 본문
심청전의 마지막 크라이막스 장면!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찾는 방을 보고 구름처럼 몰려왔다.
넒고 넒은 대청에 한 줄로 않힌 후 거주, 성명, 나이, 직업, 자녀유무, 가세빈부, 문자해득, 적은 종이피켓을 양손에 들고 황후 심청 앞을 지나게 한다.
“ 도화동, 심학규, 63세, 무위도식, 딸 하나, 인당수 출가, 무식 ...”이 적힌 종이판이었을 것이다. 종이판을 보고 헤아리기도 전에 심청은 아버지를 육감으로 알아보고 아버지를 끌어안고 옥루만면(玉淚滿面)한다. 만백성은 말할 나위 없고 산천초목도 울었다 하며 우리 고전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눈물의 금메달 기록을 세운 대목이다.
오늘 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남북 간 2차 특별회담을 한다.
반세기 -어림해도 60년이 넘는 세월- 를 훨씬 넘어 육성의 목소리 한번 듣지 못하고 이승을 마감한 이산가족들의 아픔의 한을 꿈엔들 잊겠는가!
인간의 본성은 휴머니즘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 줄다리기로 한으로 맺힌 여리디 여린 가슴을 도리고 도리어 내 왔다. 그나마 지난한 우여곡절 끝에 상봉한 북한의 이산가족들은 숨은 세월이 드러나 만나고도 두려움에 가슴 조인다니 대명천지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물은 아래로 흐르고 새끼는 어미를 찾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인간의 본성은 자연의 순리이며 어떠한 이데올로기에 얽매일 수 없는 것이다.
심청의 부녀 상봉과 이산가족의 상봉의 감루(感淚)는 인간 본성의 샘의 분출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과 이를 지켜본 한민족들이 흘린 눈물이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진데 어찌 하늘이 감천(感天)하지 않으랴!
하늘을 거스른 자는 역천자요 따르는 자는 순천자라 하였다.
김현승의 ‘눈물’처럼
한민족의 가슴에 어린 한(恨)의 눈물을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는 당신'으로 거듭나기를 소원해 본다.
눈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