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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짜 살인범은 따로 있다"

綠香 2014. 5. 12. 16:35

[이철호의 시시각각]

"세월호 진짜 살인범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 대형선박 선장을 거친 뒤 선주(船主)로 변신한 두 분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가 하도 기가 막히고 원인이 궁금해서다. 침통한 표정의 두 사람 이야기는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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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배를 아는 사람은 침몰 영상에 담긴 비밀을 다 안다.

첫째, 배는 대개 밑바닥이 해저에 닿아 가라앉는다. 세월호는 뒤집어진 채 침몰했다.

배 윗부분이 더 무거웠다는 뜻이다.

둘째, 가장 끔찍한 건 선수 밑 부분이 이틀간 물 위에 떠 있던 장면이다.

일반인은 에어 포켓이라 희망을 걸었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그곳은 뱃사람들이 생명수라 부르는 평형수가 들어있어야 할 곳이다.

그곳에 공기가 들어찼으니 뜬 것이다.

평형수가 턱없이 부족해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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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위험을 외부에서 눈치챌 수 있나.

“모든 선박은 선수와 선미에 만재흘수선이 표시돼 있다.

화물 과적으로 이게 물에 잠기면 출항 금지다.

사고가 나면 고의적 범죄로 간주돼 보험금조차 못 받는다.

원래 화물과 평형수는 1등 항해사가 맡는다. 선장이 출항 전에 반드시 체크하는 게

GM(무게중심과 경심과의 거리: 화물량과 평형수에 따라 달라짐)이다.

이게 기준보다 작으면 출항을 거부하고, 선주도 꼼짝없이 받아들이는 게 바다의 법칙이다.

다만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짜고 화물 과적량만큼 평형수를 적게 넣으면

만재흘수선은 물 위에 나오게 된다.

이런 꼼수로 GM이 무너진 채 바다로 나가는 것은 죽음의 항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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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항해사와 조타수의 급변침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뱃사람의 눈에는 그들은 큰 죄가 없다. 변침이 주범은 아니다.

복원력을 상실하면 빙판에서 자동차를 모는 거나 같다.

세월호는 군산 앞바다부터 기울었다는 증언이 있다.

저녁에 샤워하고 아침 식사 준비로 배 밑의 식수가 줄었을 것이다.

운항 과정에서 배 밑의 기름도 소모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평형수가 더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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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고박이 허술했다는데.

“처음 기울어졌을 때는 화물이 쏠려 위험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45도 이상 기울어진 뒤에는 상식과 정반대다. 오히려 밧줄이 풀려 무거운 컨테이너가

바다로 미끄러져 빠진 게 다행이다.

쇠사슬로 단단히 고박됐으면 순식간에 뒤집어져 174명이 탈출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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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비밀의 열쇠는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쥐고 있다. 평형수 펌프를 맡는 기관장도

비밀을 알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진짜 살인범은 배 위가 아니라 육지에 숨어 있다. 인천항에서 화물을 과적하고,

만재흘수선을 눈속임하기 위해 평형수에 손을 댄 인물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운송비 80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배는 모르면서 돈만 밝힌 인물이 진짜 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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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들에게 “선실에 그대로 있어라”라고 했는데.

“작은 배는 승객이 한쪽에 몰리면 전복된다. 하지만 세월호처럼 큰 배는 다르다.

탑승객 무게를 다 합쳐도 50t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못 미친다. 무조건 구명조끼 입히고

갑판으로 내보내야 한다. 과연 세월호 선장이 정말 선장인지도 의문이다.

사고 직후 브리지에서 청해진 본사와 직접 교신한 인물이 숨은 실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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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구조대책이 비판받고 있다.

“구조 순서부터 뒤죽박죽이다. 세계 해운업계가 놀라는 대목은

사고 해역에 대형 크레인이 하릴없이 서 있는 장면이다.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도 인양 준비에 6개월, 완전 인양까지 20개월이 걸렸다.

값비싼 리스비를 들이며 대형 크레인이 미리 올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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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총리나 장관은 바다를 모른다. 현장 보고를 학습하기도 벅찰 것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사령탑을 맡겨야 한다. 9·11 테러엔 뉴욕소방서장이 현장을 장악했고,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대통령·국무·국방장관을 제치고

미 합동특수전 공군준장이 상황을 지휘했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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