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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야기

감자 이야기

綠香 2013. 8. 13. 07:34

감자를 심었다

삽으로 지구를 파

잘게 부수어

골을 치고 퇴비를 뿌리고

쪽 낸 감자 싹을 정성껏 자리하고

묻어주었다.

토실 토실 잘 자라

푸짐하게 올 여름을 맞이하라고

이마에 땀께나 흘렸더니

봄 해풍이 이마를 훔쳐 준다.

서투른 농사짓을 훔쳐본

이웃 밭 어르신이 목 축이라며

묵은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따라 주니

세상 개벽이 따로 있겠는가!

 

그런 노작이 노작일 뿐인데

이런 수작이 수작거린다.

올 여름 식탁에

푸짐한 감자 서리

된장국에 싱싱한 입감으로

감자를 심으렸더니 이게 왠 편상인가!

 

지난해 세상에 태어난 감자

일 년의 세월 속에

주름지고 쪼글 쪼글 말라

더 버틸 힘이 없어지니

남은 몸

새 생명 노란 싹 내어

마지막 남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땅에 묻히지 않는가!

저 하찮은 감자가

떠남을 예감하고

통몸 썩혀 새 생명을 예비하려 하지 않는가!

 

편상인가!

노년의 망상인가!

 

홍해 탈 엑소더스

광야의 40년 세월

가나안 입성

3대왕 영화

남 유다 북 이스라엘 분단

70년 유수

로마의 예루살렘 입성

디아스포라

 

그곳에

모세와 아론

여호수아

사울 다윗 솔로몬

여로보암 르호보암

호세아 여호아김

앗수르 바벨론

바사 고레스

그리고 로마 품페이우스에 이르면

선민 이스라엘 흩어짐

 

감자가

썩어 없어질 감자가

죽음과 생명의 거듭남으로

땅속에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어찌 은혜이지 않으랴!

어찌 축복이지 않으랴!

 

부활절에

나무포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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