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 이야기 (170)
녹향
닷새만에 서는 *옥과 시골 장날은 만원 버스 조수도 그날은 목청껏 오라이~ 소리 지르며 자갈 깔린 신작로 양곁으로 미루나무 버스길을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삼복 더위에 땀으로 가꾼 삼나무 가마솥에 뜨겁게 삶아 땡볕에 바싹 말리고 호롱불 도두 켠 질삼 품앗이로 쇠북 베틀에 태어난 노오란 삼배옷감 물받이 논에 무성히 자란 왕골 장맛비에 태풍 올세라 모깃불 냉갈 쐬이며 서둘러 초석감 껍질 말리어 늦은 밤 이른 새벽 가리지 않고 덜거덕 거리며 보디질로 매어 쳐 매끈하게 골을 이룬 시원한 초석 두엄자리 헤집고 토실한 굼벵이 감나무 그늘 자락 부드러운 새싹 맷방석 가장자리 보리이삭 가리지 않고 먹이 삼아 통통히 살찐 씨암탉이 낳은 달걀꾸러미 옥과장날 상한가를 기대하며 바리바리 메고 이고 짊어진 장터길 이른 아침..
빙판 위 한 뼘 자리 돌고 돌아 한결같이 비우고 내려놓으려 꽂힌 듯 땅 위에 서서 하늘을 보며 삶의 공간 선 자리 하나로 중심을 삼다 어쩌다 살짝 닿기만 해도 튕기어 빛바랜 서로 다른 분신으로 흩어 저 운명처럼 멈추다 돌듯 돌다가 멈춘 듯 동정(動靜) 조화를 이루어 하나 되려니 땅이 하늘이요 하늘이 땅이라네 ♧ 에베소서( 엡 ) 5장 23.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친히 몸의 구주시니라 23. For the husband is the head of the wife as Christ is the head of the church, his body, of which he is the Savior.
풋보리 내음이 짙은 보리고개 한나절 들녘 여름 햇빛 바람결에 파도치는 까실한 황금물결 어린 시절 풀대죽으로 물배 채우던 옛날로 돌아와 부뚜막 솥뚜껑 열면 가족사랑 잘 익은 보리개떡 솟쿠리 널브러진 삼베보에 보리고개 추억이 입안에 사르르 녹네 ♧ 요한복음( 요 ) 6장 9.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졌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 9. "Here is a boy with five small barley loaves and two small fish, but how far will they go among so many?"
거리에 삶의 얼굴이 줄을 잇고 세월의 강물이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고치어 지나온 발길마다 풍속을 만들고 흘러온 시대마다 유행을 이루어 이 세상 풍속과 유행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나의 간판 영혼의 얼굴 ♧ 시편( 시 ) 27편 8.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 마음이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 8. My heart says of you, "Seek his face!" Your face, LORD, I will seek.
하늘 향한 황량한 들녘 긴 팔 벌린 빈 가슴 바람에 닳고 세월에 씻기어 새떼에 지친 초라한 형색 두렵고 떨림으로 땅과 하늘에 거듭난 소망 빈 들에 십자가 짊어지고 생명나무 열매 지키고 서서 새 하늘 새 땅이 열리는 날 기다리는 허수아비 ♧ 요한계시록( 계 ) 21장 1.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1. Then I saw a new heaven and a new earth, for the first heaven and the first earth had passed away, and there was no longer any sea.
하루살이는 하루 안경으로 삶을 구경하고 매미는 울대 안경으로 여름을 노래하고 거북이는 천년의 안경으로 느리게 걸으며 나무는 바람의 안경으로 손을 흔들고 바위는 침묵의 안경으로 세월을 지키며 기러기는 철새 안경으로 하늘을 날아가지만 사람은 성령의 안경으로 영혼을 사랑하네 ♧ 잠언( 잠 ) 19장 8. 지혜를 얻는 자는 자기 영혼을 사랑하고 명철을 지키는 자는 복을 얻느니라 8. He who gets wisdom loves his own soul; he who cherishes understanding prospers.
빛에 음영이 있고 구름에 바람이 스치어 가슴에 허실이 있듯이 말에도 수다가 있어 세월에 주름을 감추려 하네! ♧ 골로새서( 골 ) 4장 5. 외인을 향하여서는 지혜로 행하여 세월을 아끼라 5. Be wise in the way you act toward outsiders; make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
5월 청향이 지천으로 가득한 날 생전에 그토록 구성지게 부르셨던 18번을 가슴에 담고 말없이 떠나신 형님의 그 모습을 차마 보내지 못했네요! " ...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 " 이제 그 18번 가사를 다시 고쳐 부르며 재회 그날의 언약을 믿사옵니다. ' ... 이 세상 쫓아가다 뒤를 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일생 육신의 질그릇은 흙이었는데 그 영혼은 영원히 사네 ♪ ' ♧ 창세기( 창 ) 2장 7.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7. the LORD God formed the man from the dust of the ground and breathed into his..
두지동 형수님 좀도리 쌀 정성으로 산 삼베 장롱 속에 긴 세월 하루 같이 고이 간직하였더니 형님 오늘 이 세상 마지막 떠나시는 날 빈 손 빈 주머니 하늘나라 가는 길 삼베옷 한 벌 입으신 체 혼자서 오더니 혼자서 가옵나니 주여 그 영혼 긍휼히 받아 주시옵소서 ♧ 로마서( 롬 ) 6장 22. 그러나 이제는 너희가 죄에게서 해방되고 하나님께 종이 되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얻었으니 이 마지막은 영생이라 22. But now that you have been set free from sin and have become slaves to God, the benefit you reap leads to holiness, and the result is eternal life.
씨실 날실 한 올 한 올 색깔을 담아 페르시아 직물 바늘 손 끝마다 무늬를 만들어 가슴으로 얽히고설켜 새 생명으로 태어나 땅과 하늘이 하나로 열리어 끝날에 홀로 짊어지는 삶의 문양 ( * 서머세트 모옴 「인간의 굴레 」에서 ) " 인생의 의미가 무어냐고 묻지 않았나. 미술관에 가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게. 그러면 조만간 답을 얻을 수 있을 걸세 " ♧ 다니엘( 단 ) 12장 13. 너는 가서 마지막을 기다리라 이는 네가 평안히 쉬다가 끝날에는 네 업을 누릴 것임이니라 13. "As for you, go your way till the end. You will rest, and then at the end of the days you will rise to receive your allotted in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