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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향
창밖에마지막 잎새남은 카렌다 한 장빈 하늘 눈 내린 동토에가시나무 새내 안에빈 가지마다뾰쪽한 가시바람이 불면가시에 찔린 어린 새멀리 날아가고해마다보금자리 꿈꾸다지친 나래짓부드러운 가지세월이 쏘삭거려잃어버린 분신세밑 노을녘묵은 가지에나를 비우려 하네♧ 사무엘하( 삼하 ) 23장6. 그러나 사악한 자는 다 내어 버리울 가시나무 같으니 이는 손으로 잡을 수 없음이로다6. But evil men are all to be cast aside like thorns, which are not gathered with the hand.* 가시나무 새(The Thorn Birds) :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콜린 매컬로의 소설로 짝을 잃으면 슬피 울다 피를 토하고 따라 죽는다는 전설 속의 새♪ 가시나무/Sop. 임청화 (..
세찬 바람눈 내린 얼음판에 택배 오토바이 아파트 문 앞에 다급히 서둘러 멈추더니 시동도 끄지 않은 채 달려온다.엘리베이터 기다리던 중이라출입문 열어주니 반색하며 고마워한다.그 손에 들린 가뿟한 비닐봉지 궁금해 물었더니 "커피라떼" 한 잔이라며 하나에 9,000원 택비 3,000원이란다.'커피라떼 하나도 배달하나요?'칼바람에 춥고 눈 오는 날이면 주문도 더 많다고 한다.나도 몰래 나무포 촌노다운 상상력이 발동한다.달달한 커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볼 어느 분의 낭만 순간에 빨간 신호등 거리를 아슬아슬 달리는 앳된 택배꾼의 곡예 운전 모습이 겹쳐온다.어찌 보면 이것도 필요충분조건의 접점일지 모를 일이다.언젠가부터 현관 출입문 앞에 시동도 끄지 않은 채 달려오는 중무장한 택배꾼을 볼 때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
영산강하구둑 따라바람을 가르며바이크 달리고 달려기러기무리 지어느러지 한반도 하늘보금자리 찾아강물 따라길은 남도길끼익 끼익날갯짓 펴고월출산 천황봉 그림자길게 흐르고 흘러몽탄대교 되돌아황포돛대추억의 갈대숲헤집고 향하는회산백련지일로 인의산품바 타령에장터 국밥으로허기진 배 달래고주인 없는못난이 나루터세월 낚는 낚시꾼스쳐가는 쉼터언덕너머밭고랑 빈 들녘동지섣달 찬 바람에푸드득 놀란 참새 떼 ♧ 누가복음( 눅 ) 16장22. 이에 그 거지가 죽어 천사들에게 받들려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가고 부자도 죽어 장사되매22. "The time came when the beggar died and the angels carried him to Abraham's side. The rich man also died and was b..
들판길 걸으면푸르게 물들고오솔길 걸으면솔향에 취하여골프길 걸으면잔디에 미끌리어찻길 운전하면열린 창 바라보며자전거길 달리면땀 바람 스치고말씀의 길 따라새벽녘 마음문 열면오늘도은혜 충만하여하루하루가감사함으로 넘치네♧ 골로새서( 골 ) 4장2. 기도를 항상 힘쓰고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2. Devote yourselves to prayer, being watchful and thankful.
동네 고샅길바지춤 잡고공 차던 코 흘리게동지섣달처마 끝 바람결에보름달 고드름칼바람 파고들어때 묻은 손 얼굴에갈라진 틈새아끼며 바르다 몰래 남기고 남긴어머니 동동구루무막내 부르튼 두 손 얼굴호호 불며 치맛자락 감싸듬북 발라주시던 어머니긴 세월 지나그날에 추억이 새긴주름진 얼굴에행여 빈가슴 얼어마음 아플세라늘 서재 거울 앞에효녀구루무 챙겨 놓은두 딸며느리* 동동구루무 : 시골 장터에 북을 동동치며 팔던 스킨 크림(구루무)♧ 에베소서( 엡 ) 6장2.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2. "Honor your father and mother"--which is the first commandment with a promise--* 방어진 ♪ 동동구루무https://youtu.be/Q..
( * 어머님 추모의 날을 맞이하며 )창호지 문틈새로황소바람에등이 시리고처마밑고드름어둠의 무게로익어가는 밤한 방에성아 동생 온 가족짜리 몽땅 솜이불 하나잠결에 감고 당기니어머니 홀로빈 이불자락고사리 손발밤새 덮어주고아침은 생기밥 점심은 건너뛰고저녁은 물배로 삼시 새끼 채우니새벽녘머리맡에 놓인사발 그릇에 담긴허기 달랠 *자리끼흰머리 억새 주름진 세월 지나 보니동지섣달 어머니 마음어이 다 헤아리랴!* 자리끼 : 밤에 자다가 깨었을 때 마시기 위해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이사야( 사 ) 28장20. 침상이 짧아서 능히 몸을 펴지 못하며 이불이 좁아서 능히 몸을 싸지 못함 같으리라 하셨나니20. The bed is too short to stretch out on, the blanket too..
아침풀잎에 맺힌 이슬해가 떠 오르니바람결에 사라지고저녁만나에 맺힌 이슬해가 저물어도영롱히 빛이 나네♧ 민수기( 민 ) 11장9. 밤에 이슬이 진에 내릴 때에 만나도 같이 내렸더라9. When the dew settled on the camp at night, the manna also came down.
실뿌리야들한 줄기늦가을 찬 바람에견디어 내랴여린 모종한나절 햇빛에기운 돋은 얼굴곧추 세워해를 향한처진 파란 잎 땅심 받아윤기 흐르니파란 하늘반신 드러낸 채하얀 알몸으로토실토실 익어밭두렁동토에 흰 눈이불 삼아 펼쳐진푸른 초원봄을 향한그리움으로보름달 같은빛의 열매껍질 벗기고또 벗기어도겉이 속인 듯속이 겉인 듯♧ 에베소서( 엡 ) 5장9.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9. (for the fruit of the light consists in all goodness, righteousness and truth)
풋풋한 똘감손바닥 잎 사이앳띤 얼굴 숨기더니어느새가을이 익어가지마다 주렁주렁빨간 장두감고운 옷 벗고거듭나는 빛으로처마밑 바람에속살 곰삭히어사랑방시렁 끝 바구니에고즈넉이자리하여입안에사르르 녹는 맛손주 달래는할머니의 사랑♧ 요한복음( 요 ) 12장46.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 무릇 나를 믿는 자로 어두움에 거하지 않게 하려 함이로라46. I have come into the world as a light, so that no one who believes in me should stay in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