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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향
지갑에 꽂혀 있는 날갯짓 분신 신분증 신용카드 마이너스카드 주인 이름은 세월너머 그림자일 뿐 거리마다 지갑의 속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늘을 담보하고 내일을 보증하는 실세로 군림하니 주인 잃은 이름 허허로이 춤추는 빈 들에 허수아비 빛으로 오는 생명의 길에 그림자로 남아있네 ♧ 시편( 시 ) 102편 11. 내 날이 기울어지는 그림자 같고 내가 풀의 쇠잔함 같으니이다 11. My days are like the evening shadow; I wither away like grass.
차가운 겨울 하늘 가냘픈 몸매로 얼어붙은 지심을 헤집고 뿌리내려 봄의 길목 기다리던 하얀 보름달 한사코 겹겹이 속살로 살찌워 속이 겉인 듯 겉이 속인 듯 마음을 아리니 벗기고 벗기어도 빈 몸으로 속없는 알맹이 매운 눈물로 새 가슴을 채우네 ♧ 고린도후서( 고후 ) 4장 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16. Therefore we do not lose heart. Though outwardly we are wasting away, yet inwardly we are being renewed day by day.
닷새만에 서는 *옥과 시골 장날은 만원 버스 조수도 그날은 목청껏 오라이~ 소리 지르며 자갈 깔린 신작로 양곁으로 미루나무 버스길을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삼복 더위에 땀으로 가꾼 삼나무 가마솥에 뜨겁게 삶아 땡볕에 바싹 말리고 호롱불 도두 켠 질삼 품앗이로 쇠북 베틀에 태어난 노오란 삼배옷감 물받이 논에 무성히 자란 왕골 장맛비에 태풍 올세라 모깃불 냉갈 쐬이며 서둘러 초석감 껍질 말리어 늦은 밤 이른 새벽 가리지 않고 덜거덕 거리며 보디질로 매어 쳐 매끈하게 골을 이룬 시원한 초석 두엄자리 헤집고 토실한 굼벵이 감나무 그늘 자락 부드러운 새싹 맷방석 가장자리 보리이삭 가리지 않고 먹이 삼아 통통히 살찐 씨암탉이 낳은 달걀꾸러미 옥과장날 상한가를 기대하며 바리바리 메고 이고 짊어진 장터길 이른 아침..
빙판 위 한 뼘 자리 돌고 돌아 한결같이 비우고 내려놓으려 꽂힌 듯 땅 위에 서서 하늘을 보며 삶의 공간 선 자리 하나로 중심을 삼다 어쩌다 살짝 닿기만 해도 튕기어 빛바랜 서로 다른 분신으로 흩어 저 운명처럼 멈추다 돌듯 돌다가 멈춘 듯 동정(動靜) 조화를 이루어 하나 되려니 땅이 하늘이요 하늘이 땅이라네 ♧ 에베소서( 엡 ) 5장 23.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친히 몸의 구주시니라 23. For the husband is the head of the wife as Christ is the head of the church, his body, of which he is the Savior.
풋보리 내음이 짙은 보리고개 한나절 들녘 여름 햇빛 바람결에 파도치는 까실한 황금물결 어린 시절 풀대죽으로 물배 채우던 옛날로 돌아와 부뚜막 솥뚜껑 열면 가족사랑 잘 익은 보리개떡 솟쿠리 널브러진 삼베보에 보리고개 추억이 입안에 사르르 녹네 ♧ 요한복음( 요 ) 6장 9.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졌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 9. "Here is a boy with five small barley loaves and two small fish, but how far will they go among so many?"
거리에 삶의 얼굴이 줄을 잇고 세월의 강물이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고치어 지나온 발길마다 풍속을 만들고 흘러온 시대마다 유행을 이루어 이 세상 풍속과 유행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나의 간판 영혼의 얼굴 ♧ 시편( 시 ) 27편 8.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 마음이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 8. My heart says of you, "Seek his face!" Your face, LORD, I will seek.
하늘 향한 황량한 들녘 긴 팔 벌린 빈 가슴 바람에 닳고 세월에 씻기어 새떼에 지친 초라한 형색 두렵고 떨림으로 땅과 하늘에 거듭난 소망 빈 들에 십자가 짊어지고 생명나무 열매 지키고 서서 새 하늘 새 땅이 열리는 날 기다리는 허수아비 ♧ 요한계시록( 계 ) 21장 1.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1. Then I saw a new heaven and a new earth, for the first heaven and the first earth had passed away, and there was no longer any sea.
하루살이는 하루 안경으로 삶을 구경하고 매미는 울대 안경으로 여름을 노래하고 거북이는 천년의 안경으로 느리게 걸으며 나무는 바람의 안경으로 손을 흔들고 바위는 침묵의 안경으로 세월을 지키며 기러기는 철새 안경으로 하늘을 날아가지만 사람은 성령의 안경으로 영혼을 사랑하네 ♧ 잠언( 잠 ) 19장 8. 지혜를 얻는 자는 자기 영혼을 사랑하고 명철을 지키는 자는 복을 얻느니라 8. He who gets wisdom loves his own soul; he who cherishes understanding prospers.
빛에 음영이 있고 구름에 바람이 스치어 가슴에 허실이 있듯이 말에도 수다가 있어 세월에 주름을 감추려 하네! ♧ 골로새서( 골 ) 4장 5. 외인을 향하여서는 지혜로 행하여 세월을 아끼라 5. Be wise in the way you act toward outsiders; make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
5월 청향이 지천으로 가득한 날 생전에 그토록 구성지게 부르셨던 18번을 가슴에 담고 말없이 떠나신 형님의 그 모습을 차마 보내지 못했네요! " ...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 " 이제 그 18번 가사를 다시 고쳐 부르며 재회 그날의 언약을 믿사옵니다. ' ... 이 세상 쫓아가다 뒤를 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일생 육신의 질그릇은 흙이었는데 그 영혼은 영원히 사네 ♪ ' ♧ 창세기( 창 ) 2장 7.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7. the LORD God formed the man from the dust of the ground and breathed into 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