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돌아이 이야기 본문
돌아이!
돌아온 아이다!
그 애와 처음 만남이 2012. 5. 31일. 자칭 백수라는 집에서 10분 지근거리에 있는 도립도서관에서이다. 백수가 되어 보금자리를 틀 때도 도서관에 들락거릴 심사가 가장 많이 작용하였고 노후 심신의 탄력을 다져줄 중앙공원의 130개의 계단과 역사의 지팡이 짚고 서 있는 DJ동상을 지나며 그 혜안을 체감하려 하였다. 도서관에 들려 고금과 만난 후 영산강 수변공원을 돌며 마음에 쌓인 세월의 먼지를 흘려보낼 심산이었다.
그 돌아이의 이름이 다름아닌 김동건의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이다. 처음 만나보니 표현이 수월하고 일상의 신학적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만남이 지난해 7.26일이었다. 처음 만남이 조바심과 기대라면 두 번째 만남은 친근과 다가섬으로 흰 종위 글씨들이 새 생명으로 움직이었다. 그러다가 금년 5월달에 그 애를 세 번째 만났다. 세 번째 만나니 읽었다기 보다 지기우(知己友)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싶다.
12개의 주제를 1강-12강 얼개로 짜맸다.
1강 성경 : 하나님 말씀 VS 역사적 산물
2강 죄와 율법
3강 기독교인의 고난
4강 신앙과 운명
5강 복을 바라는 기도
6강 거듭남 그리고 실족
7강 성령의 은사
8강 기독교와 타종교
9강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책임
10강 죽음과 그 이후
11강 부활의 역사성
12강 기독교의 희망과 유토피아
그런데 사단이 났다.
술께나 하는 지인들에게 소개하고자 가지고 나선 것이 잘못이다. 술 마시고 전하고자 한 것이 그 애를 가출시킨 원인이 된 것이다. 태생이 주(酒)군이 아닌데 술집에 데리고 갔으니 그 애가 배겨낼 재간이 있었겠는가! 다음날 아무리 수소문하고 찾아보아도 찾을 길이 없었다. ‘너한테 그 애는 과분하지!’하는 음성이 들리는 듯싶었다. 도서관에 이실직고 하니 책값 배상은 아니 되고 새 책을 사서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촌놈이 나무포 서점을 다 전화질해도 그 애를 찾을 수 없어 한양길 물어 특송으로 주문을 하였다. 자족으로 세 번이나 만났던 조바심과 다가섬과 다정함은 찾아볼 수도 없고 한양 냄새가 물씬한 침 한번 묻히지 않는 새침데기를 어렵사리 구하여 반납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꼭 자식 분가시킨 기분이었다.
조금 전 전화를 받으니 도서관이다. 그 애가 돌아왔단다. 도서관 반납서가에서 잠자고 있더란다. 나의 분신이 된 미아 그 애를 누군가 보고 이곳까지 바래다 준 것이다. 그러니 한양에서 데려온 새 아이를 데려가란다. 어찌 그냥 데려 오랴! 그냥 못 데려 올 것 같다.미아의 행적 원인을 만든 그 장본인들 - 저자거리 술집에 유혹을 던진 그 친구들을 불러 그 간의 고초와 애통을 장황한 입심으로 읊조리고 ‘처음 온 곳으로 돌아갈 운명’들에게 술을 퍼 마시더라도 돌아온 아이의 미아행적기를 들어 보자 하리라. 영낙 없이 학창시절 만났던 미우라 아야코 <양치는 언덕>의 돌아온 나오미(돌나미)를 보는것 같다.
<료오찌의 그림을 벗겨 보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시는 예수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예수님의 십자가를 붙잡고 있었다. 그 청년은 료오찌 자기 자신이었다. 장인인 나오미의 아버지는 목사다. 나오미의 아버지가 말을 한다. 이 그림은 료오찌의 신앙고백이라고...>
돌아이에 돌나미 인연으로 자칭 백수의 잊혀진 <양치는 언덕>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회심의 추억을 찾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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