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선운사에 가거든! 본문
선운사에 가거든!
산은
산이로되
산은 향이 다르다.
산이 맛이 다르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바람이 쉬어 넘는 것이 다르랴만
심산(心山)은 어이 그대로이랴!
선운사에 가면
미당님의 동백꽃이
송이 째 뚝뚝 떨어지는 애절함으로
막걸릿 잔에 남은 상기함이 아니던가!
그 곳에
산을 찾거든
최영미님의 '선운사에서' 지는 꽃을
차마 그냥 지나치랴!
선운사를 가거든
산만 바라보지 말고
산의 깊은 화향(花香)에
한껏 취해봄이 어떠랴!
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 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 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는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 이더군
영영 한참 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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