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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선운사에 가거든!

綠香 2013. 10. 26. 06:55

 

 

선운사에 가거든!


 

산은

산이로되

산은 향이 다르다.

산이 맛이 다르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바람이 쉬어 넘는 것이 다르랴만

심산(心山)은 어이 그대로이랴!

 

선운사에 가면

미당님의 동백꽃이

송이 째 뚝뚝 떨어지는 애절함으로

막걸릿 잔에 남은 상기함이 아니던가!

 

그 곳에

산을 찾거든

최영미님의 '선운사에서'  지는 꽃을

차마 그냥 지나치랴!

 

선운사를 가거든

산만 바라보지 말고

산의 깊은 화향(花香)에

한껏 취해봄이 어떠랴!



 

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 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 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는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 이더군

영영 한참 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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