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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야기

종이연(紙鳶)

綠香 2013. 12. 5. 07:00

 

초겨울 이만때 쯤

영산강 하구둑에도 종이연이 보인다

옛날과 오늘의 시대의 간격 사이

풍물의 눈높이는 어떻게 대비 되나!

박제가와 소월의 지연(紙鳶) 속에 나를 찾아 보려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박제가의 지연(紙鳶) 제목의 한시.

구름처럼 날아가는 모습의 종이연 속에 마음 뜻을 펴 보려하는

박제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野小風微不得意  - 좁은 들에 바람 적어 뜻은 펴기 어려워도

日光搖曳故相率  - 햇빛에 흔들흔들 서로 끌어당긴다.

朔平天下槐花樹  - 천하의 괴화나무 다쳐서 없애고

鳥沒運飛乃浩然  - 새도 숨고 구름도 날아가면 마음 트일까

 

 

해가 일찍 저무는 초겨울 네거리

소월의 지연(紙鳶)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시정(市井)의 적막함 속에서

소월은 흰 눈의 지연을 기다리는 것일가.

 

지연(紙鳶)

김 소 월

 

오후의 네길거리 해가 들었다,

시정(市井)의 첫겨울의 적막함이여,

우둑히 문어귀에 혼자 섰으면,

흰눈의 잎사귀,

지연(紙鳶)이 뜬다.

 

여름의 신록을 다 떨군 채

빈가지로 하늘을 이고 서 있는 나뭇가지!

사람살이 부대낌으로 얼어붙은 동토에

새로운 생명의 메시지를 띄우려는 존재 이유로

오늘도 종이연은 몸짓 날개를 펴는가 보다.

 

 

종이연(紙鳶)

 

 

잎새 떨군

부채살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사람들 부대껴 나는 소리

열린 하늘로 비켜나가

풀뿌리 설원의 동토 위

생명의 질긴 선

햇살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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