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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백아산(白鵝山)

綠香 2025. 1. 7. 03:39

석회암으로 뒤덮인
너른 마당 바위에
깃발을 꽂은 듯 바람이 불면
희끗희끗 보이는
바위틈새 흰 거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인지를
해방둥이 코흘리개가
알기나 했을까

뒤로는 무등산이 버티고
저 멀리 지리산 노고단이
아스라이 펼쳐진
전략적 요충지에
빨치산과 토벌대간
뺏고 빼앗기는
생사의 갈림길을
고무신 신고
제기 차던 어린애가
알기나 했을까

6.25 포성이 멎은 지
불과 얼마 안 되어
보릿고개를 넘던
물배둥이가
백아산 빨치산
밤샘 잠행이
얼마나 두려운지
알기나 했을까

빈 마당
새금팔 땅따먹기에
새끼공 차던 시절
밤에는 부역으로 끌려
실낱 목숨을 지탱하고
낮에는 그 죄명으로 단죄를 받던
한 민족의 고난의 아픔을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철부지가
알기나 했을까

나무포 백수
화순 만연산 능선을 넘어
꼬불 꼬불 가르마 길
오르고 내리어 찾은 발길
금호화순스파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 세우자니
그날 역사의 아픔을
온통 하얗게 덮으려는 듯
창너머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백아산은 침묵한다


* 鵝 : 거위 아

♧ 출애굽기( 출 ) 6장

9. 모세가 이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나 그들이 마음의 상함과 역사의 혹독함을 인하여 모세를 듣지 아니하였더라

9. Moses reported this to the Israelites, but they did not listen to him because of their discouragement and cruel bond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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