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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들이야기

송무백열 (松茂柏悅)

綠香 2025. 1. 9. 06:04

산허리
구름띠 삼아
푸른 心志로
地天을 
이어 닿는
바람이어라

億劫의
돌 소리
물소리
잎사위 정기마다
하늘을 열고
生命의 씨알을 잉태한
淸泉이어라

歲月의
無常함에도
四季를 
애오라지
외길로 걸어온
靑靑함이어라

漁樵의
낚시에 
매달린
하늘과 땅사이에
어제도
홀로 선 모습으로
구름이어라.

애초에
하나였듯이
둘일 수 없는 하나로
靈魂을 맴도는
바람이어라
 
   ( 1973. 9 )

논산 훈련소를 거쳐 대전통신학교에서 후반기 통신교육을 받고 자부대 배치를 받으니 강원땅 동경사( 전 동방사)였지요. 
사령부에서 파견명을 받아 더블백을 메고 오르고 오르니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삼척의 두타산 정상! 
비록 통신 병과였지만 쫄다구 신병이 감히 자기 병과를 말이나 꺼낼 수 있으랴! 
두타산 정상에 밥 짓는 식모로 시작하여 만인의 사역에 부름 받기 무섭게 달려가는 신병 시집살이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었으랴! 

요즈음 인기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벌써 한 세대 앞서 몸소 체험한 것이었으리라.
비록 몸은 힘들어도 
지금도 눈에 선한 그 장면들을 그려봅니다.
두타산 정상에서 맑은 날은 울릉도가 보일 정도의 파란 향연의 동해바다!
정상 아래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무성한 두타산의 녹색 생명 숲!
그 높은 정상 소나무와 잣나무를 찾아 날아온 까마귀가 무척 반갑고 푸른 숲 파란 하늘 아래 까마귀 떼의 군무선율은 예술 같아 보였지요.
더러 카빈총을 들고 겨누면 
그 하찮은 까마귀도 그렇게 영민스럽게 알아차리고 멀리 날아가 버렸지요.

어느 늦은 여름날!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진 녹생의 생명 숲을 바라보다 
松茂柏悅(송무백열)이 
떠올랐지요.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옆에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고사에서 이웃이 잘됨을 기뻐해 준다는 미덕을 눈앞에 생명감으로 보며 감격하곤 하였지요.

어언 그날의 잣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한  숲을 내려다보며 나도 몰래 마음의 그림을 그려본듯 싶었네요. 
"松茂柏悅"에 
타는 일출 동해를 바라보며 말을 잇고 운을 붙여 태어났던 ‘송백(松柏)을 세월 지나 쫄다구 추억을 되짚어 보니 대한 남아 이병 산사나이 생활이 겹쳐 시방도 동해 창해를 바라보듯 감회가 깊어지곤 했지요.

새해 여명에 이웃 베풂을
'松柏'의 깨우침으로 몰래 새겨봅니다.

♧ 에베소서( 엡 ) 4장

25.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으로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됨이니라

25. Therefore each of you must put off falsehood and speak truthfully to his neighbor, for we are all members of one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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