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서풍부(西風賦)

Ode to the West Wind

P.B.Shelley (1792 - 1822)

 

영국의 낭만파 4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셀리의 ‘서풍부(西風賦)’(Ode to the West Wind)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 영시 시간이었다.

 

처음 연이 이렇게 열리어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오 거센 서풍이여,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너의 존재로부터 죽은 잎새들은

마치 마법사로부터 도망치는 유령처럼 달아나는구나.)

 

마지막 연이 이렇게 닫힌다.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예언의 나팔이 되어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함석헌 옹은 그이 ‘서풍부(西風賦)’ 마지막 연를 두고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behind? )

"슬프면서도 녹아드는 혼의 기도" 이자,

"나를 몇 번이나 엎어진 데서 일으켜 준 시" 라고 칭송하였다.

 

이 마지막 행 싯귀는 우리 삶 가운데 ‘겨울과 봄’의 음영을 스팩트럼 처럼 조명하여 준다. 마치 고려 가요 가시리 ‘셜온님 보내압나니 가시난 닷 도셔 오쇼셔!’와 소월의 진달래 꽃(1925)의 마지막 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영국의 4대 낭만파,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W.B. Yeats), 김억, 김소월 등 낭만파의 시인들의 시대적 배경이나 작품의 흐름으로 볼 때 그 영향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서풍부(西風賦)

Ode to the West Wind

P.B.Shelley (1792 - 1822)

 

영국의 낭만파 4대 시인 워즈워드, 바이론, 셀리, 키츠 가운데 가장 이상주의적인 비전을 그렸다. 작품이나 생애가 압제와 인습에 대한 반항, 이상주의적인 사랑과 자유의 동경으로 일관하여 바이런과 함께 낭만주의 시대의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다.

 

영국 남부 시골 귀족의 아들로, 명문인 이튼칼리지에서 옥스퍼드대학으로 진학하였으나, 홍안의 청년으로 무신론의 필연성(The Necessity of Atheism 1811)이라는 소책지를 출판한 이유로 퇴학당한 것은 그의 젊은 기질이었으리라! 불과 30세의 젊은 나이로 스페지아만(灣)을 요트로 항해 중 요절한 운명(1822)에서 예감하듯이 젊은 시인 셀리의 행보는 천재였는지 기행였는지 매우 요란하고 바쁘다.

 

1811년 해리엇 웨스트브룩이라는 16세의 소녀와 결혼하였고 무정부주의자이며 자유사상가인 W.고드윈의 강력한 영향을 받아, 정치적 이상을 노래한 매브 여왕 (Queen Mab 1813)을 발표할 무렵, 고드윈의 딸 메리와 친해졌고, 결혼생활의 파탄을 비관한 해리엇은 1816년 투신자살했다. 그 해 메리와 정식 결혼한 그는 스위스를 여행하고, 시인 바이런과 알게 되어 교우관계가 시작되는 사생활은 우리네 일반 상식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이 무렵의 작품은 ‘고독한 영혼’이란 부제가 붙은 서사시 고독한 영혼 (Alastor 1816), 정치시 이슬람의 반란 (The Revolt of Islam 1818) 등이다. 영국정부를 비판한 무질서한 가면극(1819)과 워즈워스를 풍자한 피터 벨 3세(1819)에 이어서, 16세기 로마에서 일어난 근친상간과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시극 대작 첸치 일가(1819)와 대표작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Unbound(1820)를 발표하였다. 이 대표작이 발표되던 해에 셸리 부부는 이탈리아의 피사에 정착하였고, 서풍의 노래 (Ode to the West Wind 1820) 등 탁월한 서정시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