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돌아온 선물 본문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架橋)라면
단연코 선물인 듯싶다.
선물이라지만 지나치면 뇌물이요
부족하면 정성이 없어 보일 듯하니 선물다움은 어느 선일까!
그 가늠의 선을 두고 가끔씩 밀레의 만종에 지평선 바로 황금분할선을 떠 올려본다.
칠순 넘은 내자의 생일에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 망설이었다.
주일마다 손에 든 성경가방이 퍼뜩 떠올랐다. DD 멋진 가방이지만 핸드백이라 늘 헤집고 얼굴 내민 성경책이 마음에 걸렸다.
성경 찬송 물병... 넉넉히 담을 가방을 찜하리라.
백수의 서투른 검색으로 온라인 시장을 한나절 넘게 뒤적거리다 문양이 품 있고 튼실해 보이는 가파치 손가방을 주문했다.
행여 현관 앞 택배 도착날에 선물의 천기? 가 누설될까 외출도 삼간 채 몰래 내 서재 안전지대로 잠적시켰다.
생일 당일 둘째 아들네 집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다. 손주들이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앞 다투어 촛불을 끄는 왁자지껄 세리머니로 시작하여 아들 며느리 손주들 선물로 멋진 생일 축하 잔치가 무르익었다.
늦은 막 집에 돌아와 감춰둔 가방과 손 편지에 금일봉을 담아 축하 마음을 전했다.
아뿔싸!
내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
손 편지 봉투와 가방 꾸러미는 펼치지도 않은 채 말없이 도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백수의 한나절 넘게 헤맨 서툰 온라인 가방 시장이 눈에 스쳐 지나간다.
오히려 손 편지에 고스란히 담긴 신사임당 영정의 빠듯한 지폐는 덜 서운했다.
생일이 한 참을 지났지만 몇 번을 망설이다 생일 주인공인 재민리시온의 할매의 그때 그 말을 녹향가족에게 꼭 전하고 싶다.
" 우리 가족이 말씀 안에 하나 되어 거듭나면 빈 마음이라도 귀한 선물로 받겠다♡ "
♧ 에베소서( 엡 ) 2장
8.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8. For it is by grace you have been saved, through faith--and this not from yourselves, it is the gift of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