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춘원의 <사랑>과 장기려 박사 본문
춘원<사랑>의 안빈과 장기려박사
<사랑>은 1938년 춘원 이광수의 경의전병원에서 집필한 전작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춘원의 인도주의적인 입장이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 안빈과 석순옥의 사랑은 박애주의적 영혼의 사랑이라고 한다. 춘원의 <사랑>에 나오는 안빈박사는 그 모델이 장기려이다. 석순옥 간호사가 사모한 안빈은 세속적인 사랑의 차원을 넘어 한국이 낳은 숨은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로 조명된다.
1995년 12월, 8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부산 복음 병원 원장으로 40년, 복음 간호 대학 학장으로 20년을 근무했지만, 그에게는 서민 아파트 한 채, 죽은 후에 묻힐 공동묘지 10평조차 없었다고 한다. 장기려박사는 서울의대 전신인 경성의전을 수석 졸업하고 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肝大量) 절제수술에 성공한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 중 한 사람이었다. 장기려는 수술비가 없는 환자를 위해서 자기 돈으로 수술을 해주었고 자기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환자를 야밤 도주시키기도 했다. 그는 자기 집 한 칸 갖지 않고 병원 옥상의 24평 사택에서 살았다.
평생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산 장기려 박사! 그 자신이 분단 조국에 의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1.4후퇴 때 환자를 돌보는 와중에 부모와 아내 5남매를 평양에 남겨두고 둘째 아들만 데리고 피난길에 올라 이산가족이 된 장박사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고향의 가족을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며 살았다. 그런 그가 85년 이산가족 재회의 방북권유를 거절한 속 사연인즉 혼자만 특혜를 누릴 수 없다는 연유였다. 장박사는 끝내 그리운 가족과 상봉하지 못한 채 95년 성탄절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것은 인간 장기려 ‘사랑'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그는 예수처럼 살고 싶어 했고, 그렇게 살다가 간 숨은 가난한 성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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