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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야기

발(足) 이야기

綠香 2013. 8. 29. 10:14

 

이 세상에

고고성(呱呱聲)을 울린 날부터

못 나고

잘 남 탓하지 않고

우주의 중심에 서

주인 발길따라

생(生)이든 사(死)이든

그림자 되어 동행하여 주지 않았던가!


지체를 들여다보면

한 번도 공을 드러내지도 않고

낮은 자리 궂은 자리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리만 묵묵히 지켜

주인을 삶 다이 섬김도

이만한 동반자가 있었던가!


삶 따라

세월 따라

밝고 어둠의 음영 따라

삶의 숱한 질곡이 그리도 많았지만

한 번도 세월의 길이를 헤아리지 않고

신발이라는 문수의 운명으로

고무와 가죽의 성(城)에 갇혀

어둠과 악취에 그늘에

가장 낮은 겸손과 비움으로

자리하지 않았던가!

나의 어머니

아니

우리 어머니 삶의 모습이 아닐런지!

 

 


발(足)


두 발

열 발가락 위

땅위 

디딤으로 서는 날 부터

하늘 무게 올려놓고

한 길 찾아

길 멀다한 적 없네.


땡볕의 뜨거움도

동토의 차가움도

앞 서거니

뒤 서거니

세월 무게 올려놓고

한 길 찾아

짐 헤아린 적 없네.


두 발

열 발가락 위

사계절 머문

운명의 하늬바람에도

신발 문수에 갇힌

낮은 한 자리

어머니 사랑으로 거듭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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