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발(足) 이야기 본문
이 세상에
고고성(呱呱聲)을 울린 날부터
못 나고
잘 남 탓하지 않고
우주의 중심에 서
주인 발길따라
생(生)이든 사(死)이든
그림자 되어 동행하여 주지 않았던가!
지체를 들여다보면
한 번도 공을 드러내지도 않고
낮은 자리 궂은 자리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리만 묵묵히 지켜
주인을 삶 다이 섬김도
이만한 동반자가 있었던가!
삶 따라
세월 따라
밝고 어둠의 음영 따라
삶의 숱한 질곡이 그리도 많았지만
한 번도 세월의 길이를 헤아리지 않고
신발이라는 문수의 운명으로
고무와 가죽의 성(城)에 갇혀
어둠과 악취에 그늘에
가장 낮은 겸손과 비움으로
자리하지 않았던가!
나의 어머니
아니
우리 어머니 삶의 모습이 아닐런지!
발(足)
두 발
열 발가락 위
땅위
디딤으로 서는 날 부터
하늘 무게 올려놓고
한 길 찾아
길 멀다한 적 없네.
땡볕의 뜨거움도
동토의 차가움도
앞 서거니
뒤 서거니
세월 무게 올려놓고
한 길 찾아
짐 헤아린 적 없네.
두 발
열 발가락 위
사계절 머문
운명의 하늬바람에도
신발 문수에 갇힌
낮은 한 자리
어머니 사랑으로 거듭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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