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칠순여행 본문
~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떠나는 여행은
새로운 자유로움이다. ~
지난해 할매님 칠순 축하 여행일정을 예약하고도 고얀 코바로 인해 두 번을 취소하였더니
계절의 여왕님 5월이 2박 3일 여행을 초대했네요!
5월 3일(화)
집을 나서는 아침은
어린 시절 소풍 가는 기분
그대로였다.
88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하가 온통 동양화 한 폭이다.
고속도로 양 켠에 병풍같이 둘러선 신록의 숲길을 달리고 또 달려도 초록의 새로움이다.
불국사에 도착하여 대웅전 마당에 이르니 석가탄일 맞이 색색 연등이 줄이어 고색창연한 다보탑과 석가탑 마저 가린다.
울창한 숲과 대웅전 마당을 가득 메운 햇빛과 바람결에 50여 년 전 찾았던 추억이 오버랲
되어 왔다.
고즈넉한 산자락에 자리한 더케이 경주호텔 입구에 도착하니 속세의 풍파를 압도할만한 황룡사 9층 목탑이 그 위용을 하늘로 활짝 펼치며 반갑게 맞이한다.
백제 목공으로 망국의 한을 신라의 황룡사 9층 목탑에
담았을 아비지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더욱 저녁이 되니 호텔 창 너머로 수많은 별빛 속에 태고의 신비를 더욱 빛내고 있었다.
5월 4일(수)
출근길 러시를 피해 9시경 부산 자갈치 시장을 향해 경주를 출발했다.
자갈치 시장 1층에 들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을 듯싶은 즐비한 수족관 주인들이 이곳저곳에서 앞서 호객을 부른다.
시장 내 수족관을 삥 둘러
구경하고 돔과 우럭을 찜하니 수족관 주인장이 능란한 솜씨로 마치 꽃문양인 듯 멋지게
회접시를 꾸민다.
목포에 북항 횟집처럼 식사는 2층에 식당에서 하지만 그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청풍집에 자리 잡으니 싱싱한
횟감의 감칠맛이 입안에 녹는 듯싶었지만 얼큰하고 담백한 매운탕 역시 자갈치 시장의 진 맛을 보는 듯했다.
비록 빠듯한 일정이지만 시장을 나와 해운대로 향한 발길 어찌 부산대교와 광안리대교를 그냥 지나치랴!
부산대교 입구에서 조수석 할매님에게 창문을 내리며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아뿔싸!
발아래 하얀 거친 파도에 가파른 진입로를 돌고 돌아 아슬하게 올라가니 사진 촬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조수석에서
쩔쩔매니 이를 어쩌랴!
부산대교를 지나 광안대교를 들어서니 마치 바다 한 복판을 달리듯 아찔함으로 할매님 다시는 이 길을 오지 않겠다고 손사래 친다.
2022 세계테마 해운대모래축제!
하얀 파도 몸짓이 5월의 해운대 모래사장을 달구고 있었다.
섣부른 젊은이들은 벌써 파도의 유혹에 빠져 흠뻑 젖은 채 돌아다닌 모습도 보이곤 한다.
코로라가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니 원래 세계테마형 행사인데 축소해 준비하고 있단다.
축제 준비 기간 중 비가 올까
염려하니 또 오지랖 타령이라 핀잔을 듣고야 말았다.
부산하얏트호텔 숙소에 도착하여 나의 촌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하 1층 비어있는 주차장에
파킹하고 엘리베이터 찾느라 촌티 행각이 들통났다.
몇 번이나 오픈 버튼을
눌러도 미동도 하지 않아 한 참 실랑이를 한 다음 고객용은 지하 2층임을 알았다
지하 2층에서도 차량번호를
입력하니 그제야 오토도어가 열린다.
1층에서 프런트를 찾으니 한 곁에 인폼과 커피숍만 보일뿐
프런트 체크인은 30층이라며 안내한다.
21층 카드키를 받아 룸에 이르러 또 촌티를 내고야 말았다.
손잡이에 카드키를 터치하니 찰칵 소리가 들렸는데도
도무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출입문 손잡이를 몇 번이고
잡아 당기도 열리지 않아
나도 몰래 밀어보니 열리지 않는가!
스스로 고소해하며 백수가 맛본 촌티행각을 몇 가지 더 소개해 본다.
*룸 카드키 꽂이, 헨폰 충전 거치대, 2중 커튼 여닫이, 욕조 개폐, 화장실 사용, TV편성표, 커피내림기...*
수강료 없이 그냥 거저 얘기하기에 아까워 남겨둔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비싼 고급호텔이면 아주 편리해야 할 텐데 왜 이리
복잡하냐며 콜링 하니 금방
도움이가 달려왔다.
" 나 같은 백수가 있으니
그대 일자리 보장받느니라!" 하니 그 젊은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더라.
5월 5일(어린이날 : 목)
오나가나 할매 맘에는
오로지 손주들로 꽉 차 있다.
출발하기도 전부터 손주들 어린이날 상상으로 가득하더라.
여행할 때나 다 잊으라고 어설피 잘못 나섰다간 그 오지랖 지천을 어찌 피하랴!
호텔식 조식 뷔페가 감칠맛이 감돌고 다양한 레시피가 입맛에 딱 맞았다.
32층 레스또랑에서
발아래 파란 원색의 바다에 정박한 백여 대가 넘는 요트를
내려다보는 식사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어제저녁 산책길에서 돌아오다 장금이 분식점에서 해물칼국수가 속풀이였다면 호텔조식은 품격 있는 아침 정찬이었다.
여니 때 광주 순천만 다녀와도
가끔씩 졸음이 밀려올 때가 있곤 했었다.
그런데 놀랍게 2박 3일 8백 킬로가 훨씬 넘는 장거리 운전에도 한 번도 졸은 적이 없고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충만했다.
일정에 맞춰 출발할 때마다 조수석 할매님의 기도 모습을 몰래 훔쳐보곤 했다.
할배도 하루 일정을 검색하며 새벽기도를 꼭 잊지 않았다.
오늘은 목포로 가는 날!
할매님 마음은 부산 하얏트호텔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벌써 손주들 만나고 있었다.
그냥 있었으면 좋으련만
괜히 할배 한마디가 또 할매님 오지랖 타령을 자초하고 말았다.
코로나 뒤끝에 여러 날에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니 며칠 경과를 보고 손주들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어찌 오지랖 타령을 피하랴!
드디어 파이널 귀향코스!
정체구간이 많아 남해고속도를 네댓 시간 달려 영산강
주말농장에 도착하니 콩 상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마늘 부추 옥수수...
목마름으로 기다리고 있더라!
충분히 물을 주고 돌아서며
유난히 파란 하늘을 감사함으로 바라보았다.
" 임마누엘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
시편(시) 18편
1.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 I love you, O LORD, my streng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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