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학창시절 이야기1 본문
초등(국민)학교 시절 그 분은 시골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었다. 늘 도시락을 들고 미루나무(포플러)가 두 줄로 늘어선 4킬로가 넘는 신작로 자갈길을 걸어 출․퇴근하였다. 체격도 왜소한 편에 입은 옷이 헐렁해 보일 정도로 유약한 분이었지만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체육시간이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면서 시간을 보내주었다. 봄 소풍 때 과일 몇 개를 내민 나의 작은 손을 꼭 쥐어 줄만큼 다정한 분이었지만 교내 백일장에서 동시 한 구절을 표절한 나의 행동을 준엄하게 꾸짖던 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운동장에서 함께 뛰던 선생님이 갑자기 쓰러졌다. 지병으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할 형편이었지만 그 때문에 자기 반을 다른 반에 더부살이시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그 융통성(?) 없는 고집스러움이 바로 그 분의 생명을 단축한 셈이었다. 철이 없었던 우리는 그 때 그 분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었지만 그 분이 돌아가신 후 스승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그 분의 음성이 새롭게 가슴에 메아리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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