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학창시절 이야기4 본문
백제의 옛 도읍 공주!
금강이 병풍처럼 둘러싼 공산성 배수진의 지형 요건이 도읍터로 삼는 요인이 되었으리라. 이곳에 고즈넉이 자리한 공주사대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농촌전원형 도시였다. 1960년대 말 전공과목이 각각 다른 대학 선후배들이 공주에서 멀지 않는 계룡산 기슭에 마을 창고를 빌려 ‘흥농학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중학 교육과정을 가르치게 되었다. 해질 무렵 비좁은 산길을 털거덕거리는 버스가 들어갔다가 아침에 나오는 교통수단이 전부인 오지였고 전기는 물론 수도물도 들어오지 않는 벽촌이었다. 교실이라곤 마을 시골 빈 창고를 빌려 널빤지나 다름없는 칠판에 겨울이면 흙벽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눈발이 날리곤 했었다. 저녁 늦게 야간 수업을 마치고 나면 돋우 켠 남포등(Lamp) 검댕이에 그을린 얼굴들이었지만 배우는 눈빛과 가르치는 열정이 ‘상록수’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았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따로 없었다. 앳된 나이에 낮에는 부모님과 논밭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창고 흥농 야학당에서 배우는 계룡산 기슭 동심들은 그 곳에 태어나 그 시대에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운명’이었을 것이다. 행여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검정고시 합격자가 나오면 큰 경사였다. 수년 전 모교 방문길에 잘 포장된 동학사-갑사 산행을 지나 계룡산 그 곳에서 어른이 된 제자들 만남의 기쁨이란 이산가족의 해후와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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