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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세한도, 그 기구한 운명!

綠香 2013. 10. 29. 05:41

 

                                                국보 180호 세한도, 추사 김정희

 

세한도, 그 기구(崎嶇)한 운명을 누가 알았으랴!

 

추사 김정희→첫 번째 주인 제자 우선 이상적 → 두 번째 주인 이상적 제자 매은 김병선 → 세 번째 주인 김병선 아들 소매 김준학 → 네 번째 주인 하정 민영휘(친일 집안 손으로 넘어감) →다섯 번째 주인 민규식 → 여섯 번째 주인 후지츠카 치카시(현해탄 건너 일본행) → 일곱 번째 주인 소전 손재형(나라 보물 찾으려는 일념, 거금 들고 전시 현해탄 건너 세한도 구해옴, 오세창 이시영 정인보에게 글을 받음) → 여덟 번째 주인 사채업자 이근태 → 아홉 번째 주인 석포 손세기( 미술소장가, 200원에 구입 국보 제180호로 지정될 줄 어찌 알랴! 조선시대 고서화 209점 기증 서강대학교 박물관 설립) → 열 번째 주인 석포 아들 손창근(국립중앙박물관에 세한도 기탁, 국민의 품에 돌려준 가풍 품격, 숨은 실천의 철학)

 

  조선후기 학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자신의 수제자에게 ‘세한도(歲寒圖)’(1844년)을 그려 준다. 이 그림은 훗날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아 국보 180호로 지정되는데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그가 45세 되던 1830년 부친 김노경이 전라도 고금도에 유배된 10년 뒤 자신마저 제주도에 유배되고 집안이 풍지박산 되어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힘든 유배생활 속 그의 유일한 벗은 오직 책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사 김정희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사람이 바로 제자 역관(譯官)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1804-1865)이다. 당시 통역관이었던 이상적은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마다 최신 서적들을 구해 제주도에 귀양간 스승 추사 김정희에게 보낸다. 이상적은 청나라 역대 유학경전을 엮은 한 수레 분량의 황청경해(皇靑經解)를 구해다 스승에게 드린다. 특히 제주도 유배 시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청나라 각종 신간 서적들을 구해다 주기도 하는데 그가 보내준 책은 모두 쉽게 구할 수 없는 책들로 이 귀한 책들을 권력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였다면 출세의 밑천도 되었을 것이다. 멀리 유배되어 아무런 힘도 없는 스승에게 보낸 준 것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자 이상적의 행동을 보고 문득 ‘논어(論語)’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논어> 자한편 27장

        "세한연후(歲寒然後)에 지송백지후조야(知松柏之後凋也)"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자가 느낀 것처럼 추사 자신도 어려운 지경을 만나고 나서야 제자 이상적이야말로 공자가 인정했던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추사는 그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세한도의 탄생이다.

  세한도(歲寒圖)의 반듯한 잣나무는 제자 이상적의 믿음과 의리를 상징하고, 꺾이고 상처 입은 소나무 한 그루는 추사 자신을 비유한 것이라면, 낡은 집 한 채와 텅 빈 여백은 추사의 외로운 마음을 드러낸다고 한다. 세상사 그렇듯이 세한도의 해석을 두고 보는 시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본질이 어찌 변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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