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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들이야기

외양간 소

綠香 2024. 7. 29. 12:46

학교 끝나
집에 오면
의례히
기다리는 일

꼴망테 매고
덩치 큰 소
앞세우고 가던
물리기 하천둑

개 눈 감추듯
한 꼴망테 채우고
한가로이 풀 뜯는
소를 느긋이 바라보며

효문동 앞 시냇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표지도 없는 낡은
펄벅의 대지

한참을 읽다 졸다
눈 떠 보니
뉘엿뉘엿 석양빛에
화들짝 놀라

들판을 바라보아도
샘새골 먼 길 둘러보아도
소는 온 데 간데없고
타는 속도 모르는 매미울음

소 한 마리는
집안 살림 보배라시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눈앞이 아득한데

날은 저물어 돌고 돌아
사립문 빠끔히 훔쳐보니
우죽 우죽 되새김질하는
외양간 소

* 귀소본능(歸巢本能) :
자신이 태어난 장소나 오랫동안 지냈던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동물의 본능


♧ 잠언( 잠 ) 14장

4.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

4. Where there are no oxen, the manger is empty, but from the strength of an ox comes an abundant har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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