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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사마천의 천도시비

綠香 2014. 1. 4. 08:53

 

기원 100년전 한()의 장수 이릉(李陵)은 오천의 병력으로 흉노의 팔만 대군과 맞서 싸운다. 그러나 중과부족으로 싸움에 패하고 사로잡힌다. 격노한 한() 무제(武帝)는 이릉의 처자를 죽이려 한다. 대신들이 이릉의 투항을 반역의 죄로 다스리자 할 때 사마천(司馬遷)이 홀로 변호에 나선다. “비록 전투에서 패하였지만 적은 숫자에 굴하지 않고 싸운 이릉의 기개가 가상하지 않은가. 오히려 구원군을 보내지 않은 이광리(李廣利)를 벌해야 한다.” 이광리는 무제가 총애하던 후궁의 오라버니인지라 미움을 산 사마천은 괘씸죄로 천형의 궁형(宮刑:거세)’을 받는다.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이릉의 화().

  사마천은 그 참담함을 사기(史記)를 저술하며 이겨낸다. 그러나 울분마저 삭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기(史記) 내 열전(列傳)의 첫 번째 이야기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다룬다. 옳은 주장을 펼치다 참혹한 벌을 받은 자신의 처지를 백이숙제의 형편에 비유해 호소한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고 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들은 굶어 죽었다. 공자는 일흔 명의 제자 중 안연(顔淵)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안연은 항상 가난해 술지게미나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했다. 또 젊은 나이에 죽었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베푼다고 한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마천은 분노로 포효한다. “춘추시대말기 도적인 도척(盜跖)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온갖 잔인한 짓을 다하며 돌아다녔지만 하늘이 내려준 목숨을 다 누리고 죽었다. 도대체 하늘의 도리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바로 사마천의 천도시비(天道是非)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오늘의 사마천이 있다면 그는 무어라고 했을가! 전지전능하시고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에게도 천도시비(天道是非)을 말하였겠는가! 사마천의 영혼은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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