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綠香 본문
( * 몇 년 전 칠순을 맞으며 졸저 '녹향(綠香)' 문집을 세상에 내 놓으며 서문을 자서(自序)로 대신하였지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미 절판이 되어 귀우님께 함께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자서(自序)로 대신합니다. )
자서(自序)
정년퇴임식 안내장마다 어김없이 이름 앞에 호(號)가 정형을 이룬다. 40여년 교직을 마무리할 무렵 돌아보니 나란 위인에게 있다면 오직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세자밖에 없었다.
정년 퇴임식은 하지 않기로 한 터라 굳이 호를 쓸 일도 없었지만 나를 기억해준 분들이 세상 애경사에 초야의 백수(白手)에게 소식 전할 주소라도 전하려보니 그 '호(號)'를 생각하게 되었다.
몇 군데 호를 검색하여 보니 자신을 구이지학(口耳之學)이라 겸손해 하며 호를 짓는 기준을 4가지로 소개한 어느 블로그 글을 만나게 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처·지·우·축(處志遇蓄)'이 핵심인 듯하다. 호는 그 사람의 취미나 성격, 능력 등을 반영하는데, 이름과 자(字)는 부모나 연장자가 지어주지만 호는 본인이 스스로 자유로운 정서를 반영하여 짓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란 위인에게 걸어온 행보에 '처·지·우·축(處志遇蓄)'의 인연이 될 만한 일이 어디 있었으랴!
그러나 잠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걸어왔다면 앞으로 걸어 갈 백수(白手)의 행보는 내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걸으며 보은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이 탄생한 이름이 바로 '녹향(綠香)'이다. 굳이 '처·지·우·축(處志遇蓄)'의 인연을 붙이면 녹(綠)은 녹색으로 생명의 상징이라 한다면 향(香)은 향기로운 말씀의 상징으로 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녹향(綠香)'이 바로 '생명의 말씀'이 되지 않겠는가! 세상의 짧은 재주로 뒤돌아 볼 틈도 없이 걸어온 빚진 행보들이 이제는 생명의 참 빛으로 거듭나는 영생의 길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새로운 출발이 되지 않겠는가!
행여 뒤에 오는 분들에게 어설픈 답설의 족적 남길까 망설여지면서도 칠순의 고비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진솔함으로 거듭나고자 소망합니다.
'綠'은 생명이요
'香'은 말씀이려니
'綠香'은
생명의 말씀으로 거듭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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