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오헨리의 1130잎새 본문
바람 불고 눈비 내리면
나무는 빈손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생존의 겨울손님 맞이다.
여름날의 그 푸름 짐으로는
동토의 겨울을 지탱해 낼 재간이 없어
짐 다 털고 빈손으로 남으려 한다.
그 생존의 모습은 언제나 어디에나 숨어 있다.
세월 카렌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1130 묵은 잎새 떨치고 나면
내일 1201 새 잎으로 12월은 환생한다.
오 헨리는 ‘마지막 잎새’에서
잔시를 베어만 노인의 화필 속 담쟁이 그 잎새로 환생하게 한다.
젊은 나이로 요절한 배호도 ‘흐느끼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라고 하지 않았던가!
삶의 주변의 도처에
‘마지막 잎새’는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쉼과 같은 것이다.
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훌륭한 일부분이다.
움직이지 않는 그릇에도 쉼이 있으니 가운데 빈 공간(空間)의 비움이다.
그릇이 빈 공간을 갖지 않았다면 그릇은 무슨 연유로 존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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