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
‘허투루’ 고백 본문
허투루!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뜻으로
그래서 ‘허투루 말하다/듣다’라고들 한다.
지인(知人)을 만나면
꼭 이런 허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생각이나 행동이 눈에 씌울 때 가 있나 본다.
나의 정심(正心)을 얘기하는 정도를 벗어나
허투루 심정에 그냥 취해 버린다.
그 날도
나무포(木浦) 촌놈이
한양 인사동 골목 지리산식당 동동주에
오랜만에 친구 만난 반가움에 겨운 나머지
허투루 우정에 흠뻑 빠져 버렸다.
「세상자격증 하나만 따면
평생 세상살이 보장 받는 것이 그렇게 많은데
‘하나님자녀자격증’ 하나만 거저 받으면
( 거듭나기만 하면 공짜로 준다지 않는가! )
천상병이 말한 ‘소풍 길’에 천년 왕국이 영원히 활짝 열린다니!」
이순(耳順) 연륜들이 걸어온 정심을 헤아리지 않고
우정의 해우라는 핑계로 그렇게 헤프게 말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곰곰이 생각하니
너∙나 만남의 반가움에 겨운 나머지 도를 넘을 수도 있음이니
어찌 그것을 두고 ‘허투루’ 일상이 아니라 하겠는가!
그런데 어인일인가!
정작 인사동의 동동주가 아니어도
미당(未堂)의 거울 앞에 돌아온 심정으로
삼백예순날 중 몇 날만이라도
‘세상자격증’에 연연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허투루요!’
‘나는 허투루에 허투루요!’라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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