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이야기 (58)
녹향
겨울바다 김사랑 철지난 바다가엔 밀물과 썰물만 교차되었지 인연의 밧줄을 끌고 당기다가 거품만 쏟아놓은 자리 하얀 소금꽃이 피었네 수평선은 침몰되고 그 바다의 가슴에 수없이 흔적을 만들었다 지우는 돌아누운 그 섬엔 괭이 갈매기만 울었네 겨울바다는 눈물을 삼켜도 아무런 흔..
새해 아침 ‘세상의 소금’이 되라 한다. 음식의 맛과 세상의 멋이 소금으로부터 비롯된다 소금의 맛이 입맛이라면 소금의 멋은 무엇일까! 류시화님의 시의 뜰에 소금은 바다의 상처이며 바다의 아픔이요 바다의 눈물이 되어 온다. 마치 갈릴리 호수에서 발원하여 요단강을 거쳐 천연 광..
송신년 송년은 가는 년이고 신년은 오는 년이려니 송신년은 가고 오는 년이다. 가는 년이 있어 오는 년이 있고 오는 년이 있어 가는 년은 추억으로 남는다. 빈 나무 가지 허허로이 서 있는 동토에 송신년이 뿌린 씨알 새로이 피어나는 생명 되어 찬란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서풍부(西風賦) Ode to the West Wind P.B.Shelley (1792 - 1822) 영국의 낭만파 4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셀리의 ‘서풍부(西風賦)’(Ode to the West Wind)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시절 영시 시간이었다. 처음 연이 이렇게 열리어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파도(波濤) 한사코 안으로 삭이어 빈 가슴으로 대지를 도리질하는 몸짓이어라. 숱한 언어 마다 껍질을 벗고 일렁이는 모습으로 세월을 반추하는 아픔이어라. 닳은 은모래 가난한 영혼들을 새겼다 지우고 지웠다 새기는 생명이어라. 2000. 4. 26 (제주도 선상에서)
방구들 선득 선득해지는 초겨울 시골 저녁마을 굴뚝같은 따뜻한 마음을 '연탄 한 장'에 전해본다! 연탄 한 장 안 도 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초겨울 이만때 쯤 영산강 하구둑에도 종이연이 보인다 옛날과 오늘의 시대의 간격 사이 풍물의 눈높이는 어떻게 대비 되나! 박제가와 소월의 지연(紙鳶) 속에 나를 찾아 보려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박제가의 지연(紙鳶) 제목의 한시. 구름처럼 날아가는 모습의 종이연 속에 마음 뜻을 ..
송강 정철이 넘었던 담양 매화천 식영정을 경유하여 고향다녀 오는 길은 으레 무등을 넘어 온다. 가르마 같은 길을 타고 무등을 넘다보면 할머니 두부집을 지나 영낙없이 콩내음이 진한 두부 묵은 김치에다 동동주 잔을 기울인다. 차창을 활짝 열어 제치고 숲과 나무와 대숲이 어우러진 향을 마음껏 음미하며 산마루를 넘으면 초라한 행색도 신선이 되는 듯싶다. 연이나 늦은 밤길이면 무등의 처녀성을 마음껏 흠쳐 보며 흥얼거림이 무등산(無等山)의 밤이 된다. 무등의 밤 감란 대지 치마 짙은 숲 저고리 천년의 산 향기에 실개천 허리띠 풀어 제치고 산천어 노니는 깊은 샘 달빛 산등성 가르며 빠끔히 내려다 뵈는 산마루 무등 치마 한 자락 바람이 가른 틈새로 속살 살짝 드러낸 산마을 할머니네 순두부 묵은 김치 동동주에 낙엽에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