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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향
바람 불고 눈비 내리면 나무는 빈손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생존의 겨울손님 맞이다. 여름날의 그 푸름 짐으로는 동토의 겨울을 지탱해 낼 재간이 없어 짐 다 털고 빈손으로 남으려 한다. 그 생존의 모습은 언제나 어디에나 숨어 있다. 세월 카렌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1130 묵은 잎..
‘님비(NIMBY)와 임피(IMFY)’의 두 얼굴 사람마다 자기 주머니에 자기 잣대를 가지고 산다. 생활의 뒷마당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쓰레기‧분뇨‧화장장 같은 시설이 필요한 줄은 알지만 호주머니에 든 잣대에 따라 오늘을 사는 행동이 각각 달라진다. 혐오 시설은 결코 ‘나의 뒷..
호(號) 이야기 정년퇴임식 안내장마다 어김없이 이름 앞에 호(號)가 정형을 이룬다. 40여년 교직을 마무리할 무렵 돌아보니 나란 위인에게 있다면 오직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세자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퇴임식은 하지 않기로 작심한 터라 굳이 호를 쓸 일도 없겠지만 나를 기억해준 분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오래된 기억일지 모른다. 트윗이나 페이스도 짧은 기삿거리 정도이다. 가령, 신세대들이 어버이날 맞이하여 부모님께 편지 쓰는 일마저도 무척 곤혹스러워한다. 골든타임 안방의 대부분 시간은 영절스레 TV란 괴물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 속에 가족을 가두어 버린다. 이른바 시청률 상위를 손꼽은 드라마 치고 약속이나 하듯이 단말 폰들의 정보 틈새로 심각한 갈등이 연출되는 레퍼토리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연출 각본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감지수에 맞추려 한 듯하다. 또한 현대판 힐링 프로그램들은 찬넬마다 성시를 이룬다. 어쩌면 보릿고개를 넘은 세대의 유년시절에는 상상도 못 한 동영상들을 카톡은 시공을 초월하여 각종 눈요기를 지천으로 내뿜는다. 안방의 귀공자로 등극한 드라마, 힐링, 엔터테인먼트는 우리의..
허투루!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뜻으로 그래서 ‘허투루 말하다/듣다’라고들 한다. 지인(知人)을 만나면 꼭 이런 허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생각이나 행동이 눈에 씌울 때 가 있나 본다. 나의 정심(正心)을 얘기하는 정도를 벗어나 허투루 심정에 그냥 취해 버린다. 그 날도 나무포(木..
일찍 아침을 나서면 먼 월출산에 동이 터 온다. 찬란한 아침 여명을 조영한 영산강은 돌아 온 굽이마다 황포돗대 향수를 실고 바다를 향한다. 강과 바다가 조우하는 여울목에 남악수변공원이 자리한다. 백수의 심신 탄력을 다져줄 중앙공원의 130 계단과 역사의 지팡이 짚고 서 있는 DJ동..
40여년 한 길 발령장 하나에 철새처럼 오고 가던 세월 그 세월을 넘나들며 삶의 주름이 연륜으로 남고 봄의 화신처럼 「靑出於藍」을 가슴에 새겨왔습니다. 그래도 가야할 길이 있었습니다. 지난 날 수많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외롭고 가진 것 없더라도 무심한 세월을 탓하지 않고 「無名..
고향 일곱 봉우리 뒷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칠봉리(七峰里)라 고 전해집니다. 그 동안 처음 마을 터를 잡으신 枕溪公(침계공) 埰鎭(채진) 할아버님의 뜻대로 일곱 봉우리 정기를 타고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으며 물과 공기가 맑아 예로부터 장수마을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일곱..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 1991년 3월 연락두절... 뒤늦게 알려져 ‘허가받아 고봉 향해 떠난다’ 마지막 편지. 경험 풍부한 베테랑 산악인... 수색대 파견 계획』 ( 1991.8.5일자 일간신문 헤드라인 ) 산 사나이 항상 엷은 미소와 가냘픈 모습으로 안나푸르나를 넘는 강인함이..